영화 작은아씨들의 조는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0년대 미국의 한 시골 마을의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천방지축 소녀이다. 아버지는 전쟁터로 떠나고 안 계시지만 네 자매가 사는 조의 집은 늘 시끌벅적했다. 이성과 어울릴 줄도 모르고 멋을 낼 줄도 모르는 선머슴 같은 조는 언니인 메그와 함께 사교 파티장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부잣집 남자인 로리와 가까워지게 된다.
지난해에 개봉했던 영화 작은아씨들은 1968년 출판된 고전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네 자매의 성장 스토리를 그린 이 소설은 1933년부터 아홉 번이나 영화로 리메이크가 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재개봉된 영화 역시 19세기 여성의 삶과 당시의 경제적 배경을 생생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예술인을 꿈꾸는 네 자매 :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마음
영화 작은아씨들에서의 네 자매는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데 메그는 배우를 꿈꾸고 있고 조는 작가 지망생이다. 셋째인 베스와 막내 에이미는 음악가와 화가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대고모는 네 자매에게 꿈을 꿀 것이 아니라 부잣집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라고 강요한다. "창녀나 배우가 아니면 여자는 돈을 벌 길이 없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때의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당시에는 여자가 예술뿐만이 아니라 대외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꺼려지던 시기이기 때문에 꿈을 꾸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여기는 시대였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것인데 그것을 하지 못하도록 억압받다 보니 이런 작은아씨들이라는 소설이 나오게 된 것 같다.
실제 영화의 배경이었던 19세기에 대부분 나라에서 여성은 교육과 직업의 기회가 전혀 없었다. 여성은 재산권을 얻지 못했고 기혼 여성은 남편의 소유로만 인정되던 시대이다. 영화에서 로리에게 따지는 에이미는 이런 말을 한다. "돈도 없지만 만약 있더라고 결혼하는 순간 남편의 소유가 돼. 그리고 아이를 낳아도 남편 소유야. 남편의 재산이지. 그러니까 결혼이 경제적인 거래가 아니곤 하지 마."
이런 시대적 상황 때문에 여성이 합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성공한 배우이거나 예술가가 되는 길 외에는 거의 없었다. 그마저 성공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조는 남성인 친구의 이름으로 책을 내서 돈을 버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난한 예술가 자매들을 지원해준 이유는?
영화 작은아씨들의 네 자매는 아버지 없이 가난했기 때문에 꿈을 꾸기 쉽지 않았는데 그러던 중 로렌스는 음악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베스에게 피아노를 선물한다. 그리고 재력가였던 대고모도 프랑스로 떠나면서 에이미를 함께 데려가는데 이유는 지원을 해줄 테니 예술의 본고장에서 제대로 배워서 성공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왜 가난한 예술가 지망생 자매를 왜 지워했을까? 선의에서 나온 행동일 수도 있지만 유한계급론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베블런은 유한계급이 과시소비를 통해 부를 드러내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대표적 대상이 예술이었다. 중세 이후 예술가들은 대부분 유한계급의 후원을 받아서 성장하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당시 미술과 음악 건출 분야가 급격히 발전했다는 해석이 많이 있다. 귀족들이 가난한 화가를 후원하면서 그 대신에 자신을 그려달라고 부탁하는 초상화가 작품으로 남은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원작 소설 작은아씨들에서는 조도 다른 자매들처럼 결혼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영화 작은아씨들 마지막 장면의 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영화 작은아씨들 감독은 실제 조의 선택을 열린 결말로 남겨두었다. 만약 조가 현재를 살고 있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조는 "나는 차라리 자유로운 독신이 되어서 스스로 노를 저어 나가겠어요."라는 바램처럼 현재를 살지 않았을까.